진정한 사람은 신뢰를 얻습니다 (국사학과 79학번 / 육군준장 예편)

작성자 :
이승환|
작성일 :
2016.08.04 09:28|
조회수 :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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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ROTC 후배들이 장기 복무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후배들 중에서도 국가에 기여하는 훌륭한 장군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또한 모든 동국인들이 나라를 빛내는 자랑스러운 인재가 되길 바랍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호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여기, 30년여 동안 국가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그가 있다. ROTC 출신 가운데 15년 만에 등장한 장군. 그것도 기무사령부에서 대북・방첩 분야 한 길을 걸어왔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별을 땄다 할 만한 이력을 가진 이승환 동문을 만났다.

학군사관후보생, 별이 되다

저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1기 ROTC로 임관하면서 군인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니 마지막 임관 테스트를 받았던 때가 기억납니다. 테스트를 한 달여 앞두고 유사장티푸스를 앓아 몸무게가 15kg이나 빠졌죠. 테스트를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동기생들과 훈육관님의 도움으로 임관 사열에 겨우 참여해 임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도와준 동기생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군 생활은 시작과 달리 무탈했습니다. 처음부터 장기 복무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경기가 호황이라 취업이 잘되는 때였고, 여러 가지 길이 있었습니다. 장교 생활을 하며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전역을 3개월 앞두고 군인의 길을 계속 가기로 결심을 내렸습니다. 군 생활이 적성에 잘 맞았고, 아버지와 삼촌들 모두 장교 출신이어서 가족들도 지지했고요.
ROTC 임관 후에는 강원도 홍천 부대에서 소위로 있었고, 이후 1986년 8월에 기무사령부, 당시 보안사로 전입했습니다. 그때로부터 30년을 기무사령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로 안보, 대북 관련 업무를 맡아 한 길로 쭉 걸어오다 보니 장군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정직함으로 신뢰를 얻다

ROTC 출신 장군인데다 방첩 분야 한 길을 걸어온 제 이력은 군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였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장군이 될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오래도록 방첩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었는지 묻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정직해라. 정정당당해라. 솔직하게 말해라. 스스로 판단해라’는 오바마 대통령 어머니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대답을 대신합니다. 이것의 산물이 곧 ‘신뢰’라는 말도 덧붙이죠.
군 생활을 할 때 제가 남들과 달랐던 점은 ‘솔직함’입니다. 저는 업무를 처리할 때 늘 정직하게 임했고 약속은 반드시 지켰습니다. 혹 제가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숨기지 않고 윗사람에게 바로 보고했습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노력한 덕분에,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이승환 이야기는 믿어도 된다’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를 얻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평생을 군인으로 살며 장군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르게 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국가를 위하여 살다

기무사령부에서의 군 생활은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지내는 것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늘 긴장을 늦출 수 없었죠. 화장실을 가든 목욕탕을 가든 핸드폰을 비닐에 싸서 곁에 두고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국가의 안전 보장에 기여한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자 보람이었으니까요. 2015년 1월 1일, 퇴역이 아닌 전역을 선택한 저는 지금도 징집하면 언제든 달려가는 영원한 군인입니다. 현재 기무사 사령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올해부터는 모교 사회과학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학문의 장이 새롭고 흥미롭습니다. 나고 자란 경주에서, 군인의 삶을 시작한 모교에서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국가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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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동문은 1978년 2월 경주고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학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수원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2월 ROTC 21기에 임관해 1986년 8월 보안사에 전입(대위)했다. 이후 방첩・수사 / 대북 업무 수행(국가 안보정책 분야)을 30년 해오다 2015년 1월 1일 육군준장으로 예편, 현재는 기무사 사령부 정책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5년부터 동국대 경주캠퍼스 사회과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