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고 싶다면 부딪혀라 (생물학과 88학번 / 중국과학원 Ph.D. Professor)

작성자 :
김찬홍|
작성일 :
2016.08.04 09:40|
조회수 :
644
20호김찬홍.jpg
"단정 짓지마세요. 길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에너지 넘치는 과학도, 그의 첫인상이다. 6월 29일 수요일‘국제 애기장대 연구학술대회’에 강연자로 서기 위해 방문한 김찬홍 동문,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입대하기 전까진 공부를 안 했어요.
손을 놓은 상태였죠. 전역한 후에야, 실험실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당시 교수로 이대원 총장님이 우리 학교에 오셨어요. 잘 가르치시고, 꼼꼼한 걸로 유명하셨죠. 저는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대원 총장님의 첫 제자가 되었죠.

실험실이 있긴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어요. 총장님과 함께 고생하면서 실험실을 꾸려나갔죠.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를 사고, 틈날 때마다 실험도 하면서요.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었는데, 그 상황 속에서 오히려 많은 걸 배웠습니다. ‘대충 알아선 안 된다, 깊이 있게 제대로 알아야한다’를 이대원 총장님 덕분에 몸소 깨달았죠. 포항공대를 거쳐 스위스연방공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도 이대원 총장님의 조언이 있었고요. 제 인생의 전환점에 항상 총장님이 계셨던 셈입니다.

좋은 기회로 스위스연방공대에 입학했지만, 워낙 준비가 안 된 상태였어요. 백지나 다름없었죠. 가장 큰 문제가 언어였는데 영어 실력이 어설퍼 적응하기가 꽤 힘들었어요. 다행히 지도교수님의 맨투맨 교육으로 6개월 만에 언어 문제는 해결됐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에, 거리를 두던 학우들도 가까이 다가오더군요.

스위스연방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4년 뒤에 코넬대학으로 옮겨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2011년부터는 유럽, 미국, 한국, 대만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교수직 면접을 봤고요. 최종 심사까지 갔는데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죠. 힘든 시기였지만, 좌절하거나 포기하진 않았어요. 기회가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중국과학원에 지원했고, 교수 제안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중국과학원의 식물저항연구소에서 학생들에게 식물유전공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실험과정에서 생기는 실패를 실패로 인정하고,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지도하면서 과학자가 가져야 할 도덕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또래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초심을 잃지 않고, 늘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 몰라도 겁 없이 미국이나 유럽에 지원하고, 벽이 생기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부딪쳐서 깨버리고요.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기보단 일단 부딪쳐보라고, 후배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나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면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으니 말입니다.